원시 뇌를 무의식 브랜딩에 활용해야 하는 이유

브랜드는 고객의 무의식적 욕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생리, 안전, 소속/애정, 존중, 자아실현 같은 인간 욕구들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는 인간의 뇌가 특정 방식으로 ‘프로그래밍’된 점에서부터 알아보아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자연선택의 영향을 받는 500만 년 동안 생존을 위해 독특하게 뇌를 발달한 점부터 살펴보아야 하죠.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삼위일체 뇌(Triune Brain)’란 이론을 함께 봅시다. 미국 신경과학자 폴 맥린은 인간 뇌의 진화 발달을 3단계 별로 구별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뇌의 1층은 생명 기능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 ‘뇌간’이며, 뇌의 2층은 감정 작용을 하는 포유류의 뇌, ‘대뇌변연계’로 구분합니다. 가장 바깥 3층은 이성과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영장류의 뇌, ‘대뇌피질’로 구성됩니다. 


(출처: Dr. Paul McLean’s triune brain)


자세히 살펴봅시다. 악어나 뱀 같은 파충류를 떠올려보세요. 이들은 수치심이나, 연민 등의 감정은 없고 오로지 먹이를 찾아다니고 위험이 있다면 몸을 피합니다. 갈증이 날 때 물을 마시고, 암컷을 보면 달려드는 본능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실 겁니다. 오직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할 뿐이죠. 이런 본능적 활동을 담당하는 곳이 1층 파충류 뇌(Reptilian Brain)입니다. 이곳은 호흡과 체온 조절 등 신체 기능을 관장하고 공격성, 계층적 위계질서의 유지, 자기 세력권의 방어 등 종 전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본능적 행위를 담당합니다. 


2층 뇌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발달합니다. 2층 포유류 뇌(Limbic Brain)는 기분과 자녀보호 등의 감정 기능을 담당하죠. 고양이, 개와 같은 동물들은 사랑하는 주인이 오면 꼬리를 흔듭니다. 새끼를 애지중지 키우며, 도둑에게 왈왈 짖어 좋고 싫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포유류의 뇌 덕분에 가족을 돌보고 공동체 이익을 추구하도록 되었죠. 


3층은 영장류 뇌(Neo-Cortex)입니다. 3층에선 복잡한 정신 작용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언어 습득, 계획, 추상, 지각 같은 힘든 정신노동들이 진행되는 곳이죠. 인간 뇌 중 가장 늦게 발달된 곳을 신피질(neo-cortex)이라 부르는데, 이 신피질은 원숭이와 돌고래 같은 고등 포유동물에서만 발견됩니다. 이곳은 읽고 쓰기, 수학 추론 등을 담당합니다. 


정리하면 사람 뇌는 혼합물입니다. 진화를 거치며 파충류 뇌 위에 포유류 뇌가 올라앉고 또 그 위에 영장류 뇌가 올라앉은 좀 기괴한 합성물이죠. 다시 말해 우리의 욕구는 파충류, 포유류, 그리고 영장류의 콜라보인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조금 거북하게 들리는군요. 어떤 분들은 ‘우리는 파충류나 포유류가 아니다’라 말씀하시겠죠?


하지만 우리 생각과 달리 영장류의 뇌는 힘이 약합니다. 의식으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게 단지 영장류 부분뿐이지, 실제로는 파충류와 포유류, 두 뇌가 대부분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를 두고 ‘인간은 무의식에 지배받는다’ 고도 표현합니다. 저도 여러 번 ‘우리는 생각을 아끼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자동 시스템(automatic system)에 맞춰 살도록 진화되었다’라 칼럼에서 언급했습니다. 다 같은 맥락입니다.


자,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당신에게 강아지를 본능적으로 이뻐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은 바로 포유류의 뇌 때문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폭삭 가라앉은 것은 파충류의 뇌가 풀가동했기 때문입니다. 원시시대 맹수를 보고 도망치듯 공포(파충류)가 시장을 휩쓸고 지나간 것이죠. 하위 뇌의 욕구는 스스로 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통제가 어려운 하위 뇌의 특성을 적극 이용하려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정치입니다. 학계는 이미 선거에서 영향을 끼치는 뇌는 영장류의 뇌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보통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자신을 설득하는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포유류의 뇌, 변연계가 선거에서 이용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애머리대의 드루 웨스턴 교수는 자신의 실험에서 비지지 후보자의 결함은 쉽게 파악하지만 지지 후보의 모순은 파악하지 못하며, 이때 fMRI 영상에서 감정 뇌 부분만 적극적으로 활성 상태가 돼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정치의 뇌는 대뇌피질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광고에서는 3B(Baby, Beauty, Beast)라는 게 있습니다. 아기, 미녀, 동물이 나오면 광고의 주목도가 높아진다는 것인데요, 이 3B는 포유류 뇌의 가장 강력한 자극제입니다. 역시 영장류보다 포유류의 뇌를 자극하는 것이죠.


이처럼 우리는 이성적이어야 할 판단마저 포유류의 뇌와 파충류의 뇌에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고객 뇌는 영장류의 뇌인 대뇌피질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감정적으로, 본능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죠. 그렇기에 감정적, 본능적 욕구를 수면 밑에서 얼마나 충족해 주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성공 여부가 달라집니다. 


이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단순 마케팅을 뛰어넘는 파충류, 포유류의 뇌 자극을 통한 브랜딩에 주목해 봅시다. 어떻게 홍보를 해서 매출을 이끌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만큼, 소비자의 파충류와 포유류를 어떻게 자극하고 뇌의 깊숙한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을 것인가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파충류 뇌와 포유류 뇌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뇌를 디자인이나 언어로 컨트롤만 할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고객의 무의식을 잡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이제 시선을 바꿔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