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첫 번째 원칙

이건 ‘아래’랑 ‘위’랑 바뀌면 안 되는 것은?

엄마는 놀라고, 아빠는 누르는 것은?

아빠가 일어나면, 엄마가 책을 보는 곳은?


전파견문록이란 MBC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어떤 대상을 설명하고 그것을 연예인들이 알아맞히는 식인데 옛날 프로여도 새롭고 재밌습니다. 아이들이 주는 힌트가 지금 봐도 유별나고 또 문제 풀기가 쉽지 않아 쩔쩔매는 패널들의 모습이 웃기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는 중간부터 더 흥미로워지죠. 정답이 시청자들에게만 따로 공개되면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연예인들이 더 우스꽝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애매하게 들리던 힌트도 정답을 알면 적절하다고 느껴지는데, 이를 못 맞추는 패널들이 멍청하고 답답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시청자는 정답을 알고 있어서 힌트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말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어른과 아이들의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이미 오랫동안 굳어진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고 아이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봅니다. 이제 위 문제의 정답을 공개해보겠습니다. 차례대로 인어공주, 바퀴벌레, 노래방입니다. 정답을 알고 보니 힌트가 그럴듯해 보이지 않나요?


우리는 저마다 세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프레임은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유전적 특성에 더하여, 후천적으로 얻게 되는 경험으로 굳어지게 되죠. 똑같은 특성,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기에 이 프레임은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정보도 서로 다르게 해석합니다. 


미국의 예일대학교 스턴버그(Sternberg) 교수는 이러한 자기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는 것을 ‘자기중심성’이라 표현합니다. 우리는 자주 ‘나’라는 색안경에 갇히며 나의 의사소통이 항상 정확하며 객관적이라 생각하죠. 하지만 내가 전달한 메시지는 오직 나의 색안경을 통해 보았을 때만 자명한 것일 뿐, 다른 사람의 안경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상사들은 후임에게 복잡한 업무를 지시하면서 왜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못하냐고 구박합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저 나름대로 자기중심적이죠.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심리학이 밝혀낸 사람의 본질적 특징 중 하나가 ‘자기중심성’이라 말합니다. 본능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중심성이 심각하면 문제가 됩니다. 와전된 말이지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와 같이 대중들에게 반감을 샀던 발언은 익히 들어 본 사례들이죠.


비즈니스에서도 자기중심성이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 내부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고객들도 똑같이 좋아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문제 혹은 우리가 이만큼 설명하면 고객들도 알아들었겠거니 생각하는 오류입니다.


한 화장품 회사의 일이었습니다. 이 회사 제품엔 피부에 좋은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식물잎수와 마데카소사이드, 이데베논 등의 원료들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각종 인증서와 특허도 많이 받았고요. 회사 대표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들에 집중했습니다. 판매 상세페이지에는 자사 크림에는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원료가 들어가 있는지를 장황한 설명을 실어놓았으며 각종 인증과 특허에 대한 서류들을 늘어놓았죠. 그러나 기대한 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객이 정말 듣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고객은 무엇을 구매하려는 것일까요? 식물잎수, 마데카소사이드 같은 화약약품 또는 인증서일까요?


사랑받는 브랜드는 ‘자기’가 아닌 ‘고객’ 시각으로 봅니다. 자기중심성에 빠지지 않고 고객중심적으로 브랜딩 합니다. 레블론(Revlon)은 말합니다. 자신들이 판매하는 것은 ‘화학제품’이 아니라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기대감’이라고요. "마사지하고 일어나 보세요. 얼마나 매끈하고 젊어 보이는지 아세요?"라며 고객들이 정말 필요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사업의 본질을 고객 관점에서 규정해 주면, 제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의 마음가짐부터 고객들의 후기까지 모두 달라집니다.


우선 철옹성같이 단단하게 굳어진 회사의 프레임을 깨부수어야 합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지적인 거만은 무능과 무지하기 십상이다’라며 과신에 대한 위험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진리라 생각했던 회사만의 세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들의 시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죠. 다음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입니다. 고객의 프레임에 맞추는 능동적 교감을 위해 고객 입장이 되어보고 그 눈높이에 맞춰보는 것입니다.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은 탁월한 역지사지 사고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항상 손님 편이죠. ‘쌈을 아끼면 쌈밥집 망한다’ 표어를 주방에 붙인 일화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더 쉽게 이해됩니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음식점 사장들은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자기만의 음식을 만듭니다. 하지만 백종원은 분노하죠. ‘사장님이라면 이 가게 오겠어요?’ 유튜브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에서도 백종원은 ‘사장님이라면 아이들과 주말에 족발 먹으러 가겠어요?’라며 언제나 고객 입장을 생각합니다.


나이키(Nike)는 ‘스포츠 용품 회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갔습니다.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지고 ‘동기부여하는 회사’로 포지셔닝한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나이키를 각종 스포츠 용품들을 파는 회사로 규정하면 ‘유통’만 하고 역할이 끝날 것입니다. 하지만 사업의 본질을 고객 입장으로 바꾸어 규정했습니다.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단순한 용품이 아니라 가능성과 꿈, 도전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그렇게 나이키는 운동을 하는 이유와 건강, 행복, 꿈을 이야기하면서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현대백화점도 '임대 사업자'가 아닌 '생활 제안자(life stylist)'로 브랜드 전략을 바꿨습니다. 백화점 비즈니스를 회사 입장에서 임대 사업으로만 한정하면 건물 관리 차원에서 끝나고 맙니다. 하지만 관점을 ‘생활 제안자'로 바꾸었고, 많은 고객의 욕구를 충족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지금보다 향상된 생활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제안할지 말이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임원회의 때마다 의자 하나를 가져다 놓는다고 합니다. 마치 고객이 이 의자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며 회의를 하겠다는 의식입니다. 페르소나를 중시하는 것이죠. 페르소나란 잠재 고객에게 ‘개인의 개성’을 부여하여 그들의 성격부터 환경, 배경 등을 정의한 가상 고객을 말합니다. 주요 타겟에게 적합한 페르소나를 적용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를 없앨 수 있습니다. 고객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불쾌한 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브랜딩을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시작은 ‘회사 지향적 관점’이 아닌 ‘고객 지향적 관점’입니다. ‘No.1 브랜드'라는 공허한 구호는 버립시다. 자기중심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고객의 시각에서 회사가 어떤 비즈니스를 해야 할지 바라보아야 합니다. 즉, 제대로 된 본질(本質)을 찾아야 합니다. 헨리 포드는 “타인을 이해하고 상대의 관점에서 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했습니다. 쓰타야의 마스다 대표는 “고객의 기분이 되어보라"라고 지시했습니다. 회사가 아닌 고객 관점에서 규정하기는 앞으로도 브랜딩의 변치 않는 첫 번째 원칙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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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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