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esign의 심리학과 사용자 빙의

‘서둘지 마세요. 사용자에 양보하세요’ 


이미 어느 정도 UX 디자인이 갖춰진 회사에게 다가온 Redesign의 숙제는 큰 고민이다. 시대는 흘렀고 환경도 달라졌으니 이제 때가 온 것이다. 옛 것은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또 새로워진 모바일 환경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고… 또 여기저기서 혁신을 외쳐 된다. 정부에서도 혁신!, 대기업에서도 혁신!, 비영리 재단에서도 혁신! 지금 같은 때에 혁신이 없는 기업은 멸종한다고 한다. 이번 참에 회사는 전반적인 Redesign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며 열심히 에이전시를 찾는다. 또 열심히 공부한다. 모든 것을 혁명적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열정!  


하지만 혁신도 적당해야 한다.


 익숙한 고객 경험을 멋대로 건들면 자칫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MS의 윈도 8이 대표적인 예이다. 쇄신적이며 100점 만점짜리 디자인이었지만, 너무 섣부른 Redesign으로 대실패를 맛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리스크, 비용도 최소화하면서 성공적이며 개혁적인 Redesign성과를 낼 수 있을까? 그 답을 인지 심리학에서 찾아보자. 


(윈도 7에서 8로의 쇄신적인 변화, 하지만 대실패)


여러분은 3일 전 먹은 점심 메뉴가 기억이 나는가? 작년, 재작년 오늘 나는 누구를 만났는지 기억나는가? 그렇다. 뇌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면, 굳이 힘들게 기억하려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잊게 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 같다. 반면 반복적인 활동이나 자극은 절대 잊지 못한다. 익숙해진 출근길은 생각 없이도 저절로 가게 된다. 윈도 시작 버튼도 버릇처럼 누른다. 폰 화면 어디에 카톡이 위치해 있는지 눈 감고도 안다. 8 곱하기 5는? 정답이 바로 나온다. Brand의 뜻은? 외국어지만, 하도 많이 듣고 쓰다 보니 외래어도 한국어처럼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 과정 대부분은 거의 무의식적이다. 


(자체 실험 결과 사람들은 눈을 감고도 카톡 어플의 위치를 단숨에 찾아냈다.)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기억으로 구분된다. 사람들은 하루가 지나면 기억의 80%를 잊는데 이게 단기 기억이다. 단기 기억은 신경세포 회로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좀 더 많이 나와 일시적인 잔상으로 기억에 남아 있을 뿐 새로운 회로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이런 정보들은 단기 전두엽에서 처리되므로 일반적으로 하루 정도만 지속되어 망각된다. 


반면에 장기기억은 반복적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잊어버리지 않고 평생 기억하는 것으로 단기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뀔 때는 뉴런과 뉴런 사이에 새로운 신경회로망이 생겨 매 순간 쌓인다. 장기기억은 지식과 경험의 측면뿐 아니라 추억으로 뇌 속에 저장된다. 그래서 장기기억이 되어버린 메모리는 바꾸기가 힘들다.  


한편 사람들은 “Change Blindness(변화 맹시)”현상에 쉽게 빠져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이는 명백한 변화를 포착하지 못하는 현상인 Change Blindness 현상은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만 몰입하여 주변에서 발생하는 작은 변화를 의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자동차가 오토바이를 치는 교통사고,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 방사선 전문의의 판독 실수 등이 있다.   


(투명 고릴라 실험.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절반은 고릴라의 등장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인간의 복잡한 기억 체계와 Change Blindness 현상으로 이제 우리는 ‘아주 느린 Redesign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사용자로 빙의해서 어떤 것이 장기기억인지 단기 기억인지 파악하고 단기 기억들 위주로 변경하되, 천천히 변화를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기기억은 되도록 건들지 않고 아주 느린 속도로 교묘하게 이곳저곳을 조금씩 바꿔가는 방법으로 Redesign을 한다면, Change Blindness 현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가 Redesign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회사를 따르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10년간의 점진적인 Redesign을 한 페이스북이 있다. 리뉴얼과 업데이트가 계속되면서 레이아웃과 아이콘, 폰트, 색상은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변화했다. 장기기억으로 남은 중요한 요소들은 바뀌더라도 아주 조금씩 천천히 바뀌었다.  


페이스북의 점진적 변화


종종 Redesign이라 하면 ‘지루했던 기존 허물을 탈피하고 더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뭔가 일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본 윈도 8 사례처럼 유저에게 생각 없는 혁신은 더 불편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도 Redesign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닥다리를 벗기고 그저 최첨단의 앞서 나가는 디자인을 하자는 생각은 버리자. 그것이 자신의 포트폴리오엔 좋아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용자에겐 오히려 괴로울 뿐이다. 우선 사용자 빙의를 해야 한다. 사용자들의 장기기억을 들춰내고 인내와 함께 그들의 지속적인 테스트와 평가를 받으며 어마어마한 헌신을 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 인간 욕구의 변화에 따라 혁신은 필요해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욕구와 감정에 기반한 완벽하고 혁신적인 디자인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지적으로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개선(improvement)적 디자인 전략도 중요한 것이다. 점진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의 인지적 불편을 덜고 자연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어쩌면 BX의 중요한 전략일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혁신을 일으키고자 하는 Redesigner 혹은 대표라면 두 가지를 점검해보자. 나는(우리 조직은) 혁신을 품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리고 내가(우리가) 일으키고자 하는 혁신을 고객이 품을 준비가 되어있는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