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UX의 차이, 혁신하려면 사용자 경험을 경험하라


윈도 8이 첫 출시하던 때를 잊을 수 없다. 2012년 10월, MS가 10조를 쏟아부어 만든 혁신적인 윈도우 8에 모두가 들떠있었다. 광고나 프리뷰가 연이어 공개되고 특징에 대한 정보를 접할 때마다 환골탈태한 새로운 UI 디자인의 기대는 점점 높아졌다. 처음엔 이 시원시원하고 이쁜 화면을 보고 모두가 MS의 혁신에 감탄하고 박수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제 사용은 너무 불편했다. ‘시작’ 버튼과 ‘시스템 종료’가 사라졌었고 터치 디바이스에 너무 특화되어 데스크톱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매뉴얼을 읽어야 할 정도로 많은 버튼들이 숨겨져 있어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었다.


얼마나 불편했던지 검색창엔 ‘원도우7으로 다운그레이드’가 연관검색어로 떴고 전 세계 사람들은 원도우8에서 시작 버튼을 되살리기 위한 팁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결국 MS는 전 세계 사용자들의 짜증 섞인 항의를 이기지 못하고 10조를 써가며 만든 원도우8을 포기하고 반성의 의미로 원도우9를 아예 건너뛰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원도우 10을 만들었다. 




물론 원도우8의 새로운 UI 디자인이 완전히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Windows 8 개발 책임을 맡았던 스티븐 시노프스키의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MS는 변화하는 모바일 시대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Post PC가 바로 모바일이며, 새로운 윈도우를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앱 생태계로 구성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UX의 입장은 달랐다. 1995년부터 시작 버튼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거의 20여 동안 시작 버튼을 습관처럼 눌렀다. 무엇을 하던, 원도우에선 시작 버튼을 눌러야 말 그대로 뭐든 ‘시작’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MS는 사용자들이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서 지난 20년간 학습했던 경험을 깡그리 무시하고 너무 급격한 변화를 해버렸다.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좋다. 하지만 급진적인 개혁파들이 처음 지지를 받다가도 나중에 돌팔매를 맞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건 기대치를 벗어나 너무 급진의 길을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혁신과 UX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요즘 대표들을 만나다 보면 ‘UX’가 아닌 ‘UX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시장에서 무조건 성공하는 혁신적인 UX 디자인, 혁신적인 UX 디자이너/외주사 찾기에만 몰두되면 안 된다. 혁신적인 ‘UX 디자인’ 자체는 좋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사용자가 그 혁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 때, 변화를 해야 좋은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비즈니스에서 제대로 된 혁신을 준비하고 싶다면 반드시 사용자 경험을 제대로 경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