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눈치 못 채는 팝업 공간 전략(김윤서 BX 디자이너)

올리브영 N성수는 5개 층을 전체 점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전체 평수가 총 1400평 정도에 달한다고 하는데, 과연 성수에 이정도 규모의 건물을 차지하려면 얼마의 비용이 들까요?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만으로 추정해보면, 성수동 건물 한 채를 하루 임대하려면 3천만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올리브영 N성수가 2024년 11월 이후로 상시 운영 중인 스토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고정비용이 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은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 하죠. 올리브영 역시 세밀하고 첨예한 전략 하에 올리브영 N성수를 디자인함으로써 “손해 보지 않는” 팝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와서 건물 전체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는 꼭 작은 거라도 하나 손에 들고 나오게 되는 그런 공간을 말이죠.
대체 어떤 마법을 숨겨두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전략적인 층별 배치

그들의 전략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건물 전체 개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우와’ 탄성을 내뱉을 만한 멋진 데코레이션도 중요하지만, 방문객을 소비자로 전환하는 데에는 ‘공간 조닝’이라고 부르는 요소들 간 배치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잘 꾸며진 공간은 사람들의 입을 열게 하지만 잘 배치된 구조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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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F
1층은 진입층으로서, 제품을 판매하고 진열하기보다는 고객 및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한 층입니다. 건물 앞쪽으로 널찍한 마당과 분수, 카페를 연이어 배치함으로써 사람들이 해당 건물에 주목하도록 유도하고, 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점유 시간을 늘리고자 했습니다.

2F
본격적인 쇼핑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특히 뷰티-색조제품이 집중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뷰티 플랫폼으로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외국인/내국인 모두가 해당 스토어를 방문하는 목적이 뷰티 제품이 우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하고 이탈률을 낮추기 위해 곧장 뷰티-색조 코너로 이어지도록 2층에 해당 코너를 구성하였습니다.

3F
스킨케어와 더불어 피부 및 두피 스캐닝 체험존 등으로 꾸려져 있는 층입니다. 가장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되어있어, 공간이 특히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품 진열 및 판매는 해당 층으로서 마무리되고 위로는 더욱 경험 위주의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4F
진입층에 있는 카페과 달리, 멤버십이 있는 고객만 들어갈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라운지 공간입니다. 1-2-3층을 잇는 에스컬레이터로는 들어갈 수 없고 외부 테라스를 통해 올라갈 수 있습니다.

5F
주로 기업 간 공간으로 활용되는 파트너십 공간입니다.


이정도만으로도 올리브영의 전략을 파악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관심 없던 행인을 방문객으로 만들고, 방문객을 윗층으로 끌어들이는 흐름이 건물 내외부에 존재하죠.
직접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보며 상세하게 살펴볼까요?




행동경제학을 꾹꾹 눌러담은 진입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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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입공간에는 벤치와 화려한 조형물을 두어 시선을 사로잡는 역할을 부여하였습니다.
특히 다른 곳에서 쇼핑을 하던 외국인들이 많이들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건물 앞쪽으로 사람들을 몰려들게 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습니다.

‘저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라는 궁금증에 지나가는 행인들의 주의를 끌 수도 있고, 검증된 매장이라는 신뢰를 형성해주기도 합니다.
아무도 없는 매장에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로 사람이 많은 매장에는 더 마음 놓고 들어간 경험, 모두 한 번쯤 경험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는 밴드웨건(Bandwagon Effect), 즉 다수의 행동을 따라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효과에 의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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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안쪽으로는 카페와 테마별로 꾸며지는 쇼룸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쇼핑하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자친구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외국인들이 가볍게 구경, 혹은 커피 한 잔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카페는 그의 본질적 아이덴티티만으로도 콘텐츠가 될 수 있지만, 여기에 더해 화장품을 연상시키는 디저트를 판매함으로써 인스타 피드를 차지하려는 욕심까지 부린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이나믹 미디어월을 설치하고 잡지, K-pop 앨범을 곳곳에 비치하여 공간에 생기를 불어 넣은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공간의 밀도를 높여두면 사람들로 하여금 스토어에 더 오래 발을 붙이도록 유도하죠.


정리해보면 1F은 정석적인 진입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각적 주목을 유도하고, 보행자의 즉각적인 관심을 포획함으로써 유입 행동을 촉발하는 트리거로서 작동하죠.
대놓고 오래 붙잡아두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 벤치를 두거나 소소한 볼기를 비치해두는 등 환경을 설계함으로써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 낸 넛지효과의 전형입니다.





핑퐁핑퐁, 리듬감 있는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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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본격적인 뷰티 제품 진열이 시작됩니다.
가장 앞에는 최근 핫한 콜라보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올리브영 뷰티에서 항상 초미의 관심을 끄는 인플루언서 제작상품 혹은 캐릭터 콜라보 제품이기에 눈길이 바로 닿는 위치에 해당 제품들을 진열해두었습니다.

주목해봐야 할 지점은 전체 층에 뷰티제품을 비치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제품을 그저 카테고리에 맞춰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매대를 자주 바꾸어가며 각각이 다른 공간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죠.
뜯어보면 전부 단순한 화장품 매대인데, 겹치는 진열대 없이 다른 가구들을 활용한 것만으로 큰 성과를 얻어냈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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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또다른 전략은 ‘자잘한 체험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전 신청을 받아 메이크업을 받아보는 체험 같은 경우 비교적 넓은 면적을 할애해야 하지만, 셀프 진단을 해보거나 선호하는 제품을 투표하고, 클렌징 제품을 사용해보는 활동에는 그리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장품이 아닌 문구류를 판매하는 공간도 만들어뒀죠.
매대 중간중간에 이러한 체험을 배치함으로써 반복적인 제품 정보만 습득하다 지치기 쉬운 2층의 전체적인 흐름을 흥미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는 환기장치라고도 볼 수 있겠고, 우연히 마주치는 세렌디피티 효과를 유도함으로써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했다고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2F은 실질적인 구매가 이루어지는 층으로 계산대 역시 해당 층에 위치해있습니다.
색조로 시작해서 기초, 향수, 럭셔리 라인까지 이어지는 제품 진열대 곳곳에 작은 체험 콘텐츠를 삽입해 지루하지 않은 진열공간을 구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간을 가벽을 폐쇄적이게 구획하기보다 기둥+유리 조합으로 다음 매대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시각적 개방성과 예측 가능한 동선을 확보한 것도 주목해볼 만한 점이죠.
이와 같이 구성된 2F 공간은 우연한 발견과 추가 구매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홀린듯, 더 위로

건물 전체를 할애하는 스토어에서 가장 어려운 포인트는 사람들의 발길을 고층까지 이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아랫층, 혹은 1층만 둘러보고 이탈하기 때문인데요, 올리브영 N성수도 이러한 이탈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방문해보면 2F에 비해 3F은 상당히 한산한 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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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3F까지 끌어올리려는 여러가지 노력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실험실 컨셉으로 디자인된 기초라인 LAB 공간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별로 진열된 2F의 기초라인 매대와는 달리, 성분별로 제품을 비교하여 LAB이라는 컨셉에 걸맞는 공간을 구성해두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예약을 통해 피부·두피 분석을 받은 후 제품을 추천받는, 올리브영 N성수의 메인 컨텐츠를 3F에 마련해두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2F의 계산대와 분리되어 3F에 텍스리펀이 위치해있기도 하고 경험 노드를 다양하게 비치하여 체류시간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죠.
특히 외국인들의 발길을 사로잡아보려 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3F은 가장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공간 방문자들의 체류시간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탈자를 막기 위해 피부 분석 LAB과 텍스리펀 매대를 상층에 위치시키고, 적극적인 참여와 몰입을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발길이 가장 닿지 않는 곳에,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요소를 배치하여 자유로운 동선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의 흐름을 의도하는 선택 설계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설계된 유혹

올리브영 N성수는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는 건물 점유형 스토어입니다.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고,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한 후 체험형 컨텐츠로 체류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죠.

이는 팝업스토어를 포함한 브랜드 쇼룸을 디자인할 때 중요한, “대놓고 구매를 유도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제품과 상호작용하고 구매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유인 구조입니다.
특히 입구에서부터 시각적으로 열려 있는 구조와 직관적인 동선은 방문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내부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 존은 명확하게 구분되면서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다양한 카테고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제품 진열과 체험 요소의 배치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리듬감 있는 전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시선이 머무는 지점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지점이 교차되면서, 공간 전체가 하나의 콘텐츠처럼 작동합니다.
이는 체류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특정 제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올리브영 N성수는 보편적인 설계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연령대나 국적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방문객을 수용하고, 결국 이익 창출이라는 최종 목적까지 자연스럽게 얻어내고자 했습니다.



눈치채도 이미 늦었을걸요?

이제 그들이 건물 곳곳에 꽁꽁 숨겨놓은 흑심을 전부 간파했습니다.
‘정말 구경만 하고 나갈거야’라며 그들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으리라 다짐할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 안으로 발을 들이면 어느 순간, 무언가 계산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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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서 bx 디자이너
kys8911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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