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xd] 대중의 시선 (정재원 BX디자이너)


 

선물의 포장지는 선물 자체의 느낌을 좌우한다.

브랜드 또한 그렇다. 프레이밍을 잘한 브랜드는 우리를 끌어당긴다. 마치 길을 지나가는 우리를 멈추게 하는 빵집의 빵 냄새와 같다. 

우리는 이런 빵 냄새를 풍기며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것이 곧 수요고 매출이다.



 그렇다면 많은 브랜드는 어떻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까? 아래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1. 연예인을 활용한 프레이밍



 헤라는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우며, 고급스럽지만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 후, 성장 정체기를 맞았고, 타겟층을 확보하고자 새로운 모델인 ‘블랙핑크 제니’를 영입했다. 이러한 아이돌을 활용한 브랜드 리빌딩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브랜드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영해졌다.


[출처: 헤라 유튜브, 아모레퍼시픽]


 헤라는 당당하고 강인한 자아와, 나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걸 신념으로 내세운 브랜드다. 제니는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를 할 만큼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1020세대에도 영향력 있는 스타이다. 특히 쿨하고도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통해 기존 브랜딩을 유지하며, MZ세대까지 타겟 연령층을 확대할 수 있는 알맞은 모델인 것이다. 젊은 2030세대들은 자신의 또래인 제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테고, 당연히 헤라를 전보다 더 가깝고 닿을 수 있다고 느낀다. 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화장품 업계에서 헤라는 성공한 것이다.

 제니를 모델로 발탁 후, 헤라는 일본에서도 인지도 강화를 이어 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도쿄 번화가인 마츠야 진자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중국에서 자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고객들로 인해 줄어든 매출 만회를 위해 일본을 공략하는 것이다. 블랙핑크는 2022년 4월 도쿄에서 열린 콘서트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일본에서 막강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기에 이도 성공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광고모델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앞세워, 새롭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에 브랜드 프레이밍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2. 관점을 바꿔 보여주는 프레이밍


[출처: 런닝맨 유튜브]


 런닝맨은 지상파 장수 예능 중 화제성이 제일 높다. 작년 유튜브에 공개된 방송분 하이라이트는 4일만에 100만뷰를 넘기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 3위까지 오르는 쾌거를 보여줬다. 이는 런닝맨이 유튜브 채널 ‘런닝맨 – 스브스 공식 채널’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출처: 런닝맨 유튜브]


 영상 제목은 매우 심플하며, 직관적이다. 또한 SBS라는 공중파 이미지와 대조되는 대충 지은 듯한 신선함이 존재한다. 이는 기존의 ‘지상파 예능’이라는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시켰고, 젊은 세대들을 사로잡았다. 띄어쓰기도 하지 않은 시니컬한 영상 제목들은 이들의 컨셉이 되었고, 이제는 안 하면 섭섭한 런닝맨 유튜브 대표 이미지가 되었다. 이러한 프레이밍은 두터운 고정 소비층을 만들어냈다.


 런닝맨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WAVVE에서 선정한 TOP 50 예능 중 1위를 차지했다. WAVVE는 지상파 방송 중심의 OTT이기에, 사실상 런닝맨이 지상파 예능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요 예능 ‘2049 시청률 TOP 3’에도 꾸준히 순위를 유지했으며, 주말 예능 부문 ‘2023 올해의 브랜드 대상’까지 수상했다.



 이렇게 보여주는 관점을 바꿔 신선함을 주는 프레이밍은 비용조차 필요 없다. 

그냥 제목만 바꾸면 된다. 이처럼 효율적인 프레이밍이 또 있을까?





3. 파격적인 컨셉 


SM에서 데뷔시킨 NCT는 곡의 컨셉에 따라 각각 다른 멤버 조합으로 활동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멤버와 그룹 수에 제한이 없는 ‘무한확장’이란 파격적인 컨셉으로 데뷔했다. 즉, NCT라는 브랜드 안에   NCT127, NCT U 등 여러 그룹이 데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 NCT 유튜브 채널]


 사실, 이 시스템은 논리적으로 똑똑한 선택이다.

 다른 아이돌 그룹은 ‘멤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OO그룹의 누구. 그렇기에 만약 이 멤버가 논란을 일으킨다면 그룹 전체까지 엄청난 이미지 손실을 받는다. 그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SM은 ‘NCT’ 그 자체를 브랜드화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만약 이 체제가 성공한다면 회사에서는 나중에 새 그룹을 공개할 때 NCT-OO이라고 이름만 붙이면 된다. 대중들은 NCT 브랜드에 이미 친근하기에 인지도를 쌓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확 줄어든다. 그리고 아이돌은 나이를 먹기에 (군대 문제 포함) 매번 새로운 그룹을 데뷔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룹 자체가 브랜드화된다면, 계속 새 멤버만 투입하면 되는 너무나도 효율적인 방식인 것이다.

 또한 인원수가 많아져 멤버 개개인의 인지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한 명이 논란을 일으켜도 훨씬 덜 주목받을 수 있다. 그리고 ‘무한확장’ 컨셉 덕분에 NCT는 현재 NCT127, NCT DREAM, NCT2018, NCT2020, WAYV (NCT의 중국그룹) 등 수많은 그룹이 동시에 활동 가능하며, 각 그룹 간의 콜라보도 진행할 수 있다. 시도할 수 있는 컨텐츠와 컨셉이 매우 다양해지는 것이다.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정우, 쇼타로, 성찬)]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멤버를 합류시켜 화제성을 일으키고, 멤버 간의 관계성이 중요한 팬들을 리프레시 시키며 관심을 끌 수 있다. NCT127에서는 멤버 ‘정우’가, NCT U에서는 멤버 ‘쇼타로’와 ‘성찬’이 새 멤버였다. 하지만 SM이 쇼타로와 성찬을 ‘RIIZE(라이즈)’라는 그룹에 합류시키며, NCT를 탈퇴시켰다.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NCT 합류로 이들의 인지도를 높인 다음, 새 그룹에 투입해 화제성을 모으려 했던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한 내용들을 통해 SM이란 기업의 대단한 기획력을 엿볼 수 있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왜냐면 이 체제는 굉장히 칼 같고 사업적이기 때문이다. 

 NCT127 멤버였던 ‘윈윈’이 어느 날 갑자기 WAYV로 옮기면서 하루아침에 다른 그룹 멤버가 된 적도 있으며, 쇼타로와 성찬처럼 아예 그룹을 탈퇴할 수도 있다. 이는 회사가 개개인보다 그룹의 효율을 중시해서 생겨난 일이며, 당연히 팬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멤버 변동과 더불어, 멤버 ‘마크’와 ‘해찬’은 NCT127과 NCT DREAM에 동시에 속해있다. 그래서 두 그룹의 활동을 병행하며, 몇 배의 활동량을 소화해야 했다. 이렇게 모든 멤버들이 안정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잦은 탈퇴와 합류가 반복되면 팀워크가 깨질 수 있다. 이처럼 멤버들을 마치 기계 부품처럼 취급하는 회사를 달가워할 팬은 없다.



[출처: NCT 유튜브 채널]


 그런데도 NCT는 현재 매우 잘나가는 그룹이다. 2023년에 열린 NCT 단체 콘서트 ‘NCT NATION : To The World’는 대성공했으며, NCT127 월드투어 ‘NEO CITY – THE UNITY’ 또한 전석 매진되었다. 이것 외에도 최근 모든 콘서트가 대 성행했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체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과가 이렇게도 좋다. 

팬(소비자)의 지지를 받지 않고도 이렇게 성공한 건 아마 상품이 아닌 사람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프레이밍은 천차만별이며, 빵집에서 나는 빵 냄새도 매우 다양하다.

누구나 익숙한 냄새, 애플잼과 어우러진 냄새,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박하향 냄새(?)........


 어떠한 빵 냄새든 일단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멈출 수 있는 게 제일 중요한 듯하다.






정재원 BX Designer

현재 BX 디자인을 배우고 있으며, 고객의 브랜드를 세상에 효과적으로 제시합니다.

kunyou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