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중요한 3가지 이유

어느 날 브랜드를 시작하시는 한 대표님께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디자인에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합니까? 영업, 인사, 회계… 할 것이 이렇게나 많은데요’ 사업을 하는 사장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질문입니다. 할 것도 많은데 디자인이 정말 중요하긴 한 걸까요?

아주 오래전, 신문에서 미래를 예측한 만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2020년에는 알약으로 식사를 하고 미니멀한 집에서 민무늬 일회용 옷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죠. 하지만 지금 어떻습니까? 많은 것들이 더 훨씬 화려해지고 아름다워져 가고 있습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디자인의 가치는 높아졌고 기업들은 디자인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전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미’에 대한 강렬한 열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디자인일까요? 그리고 브랜드가 디자인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입니다, 출처: trapits.org)



그 이유는 진화에서 시작됩니다. 생물학적으로 우리 몸은 원시시대의 몸과 거의 같다고 합니다. 우리는 도시에 살지만 아직 사바나의 본능을 가지고 있죠. 예를 들면, 아직도 인간은 강이 근처에 있고 높은 곳에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강 뷰 고층 아파트를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이는 물을 구하기 쉽고 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쉽게 감시하며, 위험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었던 사바나 DNA입니다. 이러한 본능은 인류의 ‘생존’ 경험들이 계속 축적되어온 것입니다.


배고픔과 갈증, 맹수와 독이 넘치는 위험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원시인들은 생존에 유리한 것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생존에 유리한 것만 잘 고른 원시인들이 살아남았고 생존에 불리한 것들을 고른 원시인들은 죽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세대가 흐를수록 몸 안에 본능적으로 프로그래밍되었죠. 생존에 유리한 것을 보면 자동적으로 기분이 좋게끔 말이죠. 이 기분 좋음이 지금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겁니다. 즉,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자연선택의 결과인 겁니다.


2013년 밴 버냉키(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는 프린스턴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신체적 아름다움은 다른 사람들이 장내 기생충을 많이 갖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는 진화적 방법이다."라며 아름다움을 진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몸은 진화를 하면서 건강한 이성을 찾고, 풍부한 에너지원을 탐색하며 인간을 죽이는 맹독을 피하는 식으로 발달해 온 겁니다. 즉, 아름다움 구별은 생존을 유리하게 만드는 수단이었고 이것이 지금의 디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각이 처리되는 과정, 출처: doopedia)



디자인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로는 우리 눈과 뇌에 있습니다. 여러 감각 중에 시각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입니다. 인체의 모든 감각 수용체 중 무려 70%가 눈에 있습니다. 인간이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 중 70%는 눈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게다가 대뇌피질의 절반은 시각에 관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각은 가장 쉽게, 강하게 반응하는 감각입니다.


이런 시각이 처리되는 과정은 진화의 역사만큼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망막에 맺힌 시각 이미지는 시신경을 통해 정보로 바뀌게 됩니다. 이어서 후두엽으로 향한 정보는 중간 뇌에 도착하고, 시상침을 거쳐 두정엽에 도달하면서 처리됩니다. 이 경로는 어류에서도 발견되는 오래된 경로입니다. 시감각은 진화 과정에 있어서 생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죠.


  

(디자인에서 일단 승부를 봐야 하는 제품들, 출처: publy)



그래서 브랜드에게 디자인이 중요한 겁니다. 편의점에 갔을 때를 상상해봅시다. 뭔가를 살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뭔가요? 경영 철학? 생산? 유통?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의 철학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생산과 유통은 더 미지의 세계죠. 구매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디자인입니다. 기능이나 사양, 가격도 중요하지만 인지적 구두쇠인 인간에게 결정의 순간, 디자인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디자인을 통해 좋고 아니고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同價紅裳)’,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옛 속담도 있습니다.


한 조사 결과에서는 디자인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자동차 업체는 60-90%, 전자업계는 약 75%, 외의류는 80%, 속옷은 약 95%, 문구업체는 거의 99%라고 합니다. 바로 품질의 평준화 때문입니다. 비슷한 가격대라면 성능의 차이가 크지 않죠. 품질이 어느 정도 균일할 때, 디자인은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승부수로 제시됩니다.


그래서 IBM의 왓슨 회장은 ‘좋은 디자인이 곧 좋은 사업’이라 했습니다. 소니의 오가노리오 명예회장은 “시장에서 우리를 구별 짓는 유일한 건, 디자인입니다.”라며 디자인 경쟁력을 설명했죠. 또한 경제 칼럼니스트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스타일의 본질>에서 디자인이 과거 유행의 첨단을 상징했으나 이제는 최소한의 표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굿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생존 본능입니다. 인간은 다른 감각보다 시각에 제일 민감하도록 진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비슷한 품질 경쟁 가운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직관적인 결정 포인트입니다. 이는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이제 고객의 선택과 충성을 받기 위해 디자인의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차례입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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