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주년 제주 4·3 추념식, 명재영 디렉터가 말하는 ‘동백꽃’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거행… 동백의 상흔을 감각으로 되살리다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거행됐다.
행정안전부 주최, 제주특별자치도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추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배우 유아인, 생존희생자와 유족 등 약 1만 명이 참석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불의한 권력도, 풍화의 세월도 4·3의 진실을 덮지 못했다”며 “그 중심에는 문화예술이 있었다. 4·3의 진실을 은폐와 왜곡의 늪에서 꺼내는 데 예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동백, 감정의 물성을 품다

이번 추념식의 메인 비주얼을 총괄한 이는 위디딧이자 bxd 대표인 명재영 디자이너다.
명 디자이너는 동백꽃이라는 상징을 단순한 비극의 표상으로 소환하지 않고, 시간의 층위를 통과한 감각적 재해석으로 제안했다.


“제주의 봄은 이념의 폭력에 휩쓸려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된 역사입니다. 그 붉음은 피의 기억이었지만, 이번엔 차갑고 질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회복과 화해의 상징으로서 동백을 배치했습니다. 슬픔을 영속화하는 대신, 감정을 돌파하는 서사의 구조로 시선을 틀었습니다.”
– 명재영 디자이너


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명재영 디자이너는 "주최 측에서 먼저 디자인 제안이 왔다”며 “이번 추념식의 분위기를 밝고 강하게, 젊고 수평적으로 구성하고, 4·3의 교훈을 젊은 세대와 공유하며 미래 지향적 메시지로 설계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각과 청각의 감각적 공진(共振)

이번 프로젝트에는 버클리음대 Contemporary Writing & Production 전공을 졸업한 제이슨 디렉터도 협력자로 함께했다.
그는 위디딧의 비주얼 디렉터인 명재영의 곁에서 음악 컨설턴트로 참여했으며, 작업 초기부터 다수의 음악적 스케치를 제공해왔다.

명재영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시각적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음악이 주요한 내적 기준이 되었다”고 밝혔다.


“음악이 가진 시간성과 감정의 결, 리듬의 호흡 같은 것이 이번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했어요. 제이슨 디렉터가 들려준 음향적 구조와 감정선이, 동백꽃의 움직임이나 색 배치, 그리고 여백의 크기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단순히 아름답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울릴 것인가, 그것이 저의 고민이었어요.” – 명재영


음향 연출은 실제 추념식 행사장에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작업 전반에 있어 심층적인 감정 설계와 내러티브 톤 조정의 기준점으로 작동했다.

제이슨 디렉터는 이 협업을 두고 “디자인이 말하려는 감정을 음악이 번역해주고, 다시 시각이 그 감정을 구체화해 나가는 식의 순환이 있었다”며, “단선적인 연출이 아닌 감각의 상호작용으로서의 기억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제71주년 4·3 추념식은 단지 과거를 추모하는 자리를 넘어,
기억을 매개하는 감각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로 확장되었다.
그 중심엔, 붉은 동백을 다시 피워낸 디자인과 음악이 있었다.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9&aid=0004336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