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세컨드 오피스이자 피트니스센터가 되었다. 화상회의의 보편화로 ‘직주근접’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또 외출을 못하면서 큰 창문과 테라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단 1년 만에 생긴 변화다.
우리 생활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구의 구조적 변화와 경제, 사회문화 그리고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조금씩 속도를 내며 걷던 것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해 달리는 중이다. 특히 그 변화에 가장 보수적이어야 할 ‘집’마저도 혁명하고 있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衣)·식(食)·주(住). 이 중 ‘의’나 ‘식’의 변화는 가볍고 자주 일어나는 반면 ‘주’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보수적이다. 하지만 최근 1년 동안 일어난 ‘주’의 변화 스피드는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완전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의 관습이나 방식이 뒤집어지는 그야말로 ‘패러다임의 전환’인 것이다.
변화의 조짐
본래 ‘집’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밀레니얼·Z세대의 본격적인 사회 진입과 홈코노미의 등장,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변화로 말이다.
먼저 밀레니얼·Z세대의 ‘혼O’ 문화와 ‘혼자 경험’이다.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M·Z세대는 가장 강력한 소비 파워를 지닌 집단이자 세계적인 트렌드 리더로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등 마켓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이러면서 ‘혼자 경험(Alone experience)’이 대두되었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라오는 #혼밥, #혼술, #혼영 등의 키워드가 ‘혼자 경험’의 전례였다.
그리고 이를 집에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홈족’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외부에서의 불편한 커뮤니케이션 대신, 집 내부에서 편한 단절을 원하는 요즘의 세태가 반영되어 나타난 트렌드다. 1인 홈족이 늘어나며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가 공감을 얻고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워라밸의 중요성 확산과 같은 변화도 ‘주’의 진전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혼자 경험과 홈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홈코노미(Homconomy)’가 등장했다. 그렇다 보니 이를 상대하는 시장은 뜻밖의 활황을 맞았다. 홈트레이닝, 홈카페, 홈술, 홈시네마 등의 활동 중심의 비즈니스와 의류관리기, 와인 냉장고, 안마의자 등의 세컨드 가전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 ‘주택’에서 ‘주거’로
이런 와중에 팬데믹이 우리 세계를 덮쳤다. 일명 ‘브이노믹스(V-nomics)’가 업종을 막론하고 핵심 문제로 급 부상한 것이다. 특히 사회적거리두기는 그 어떤 산업보다 주거 트렌드 변화에 큰 점화가 되었다. 전부터 흘렀던 경향의 방향은 그대로지만 속력에 추진력을 얻은 것이다.
과거의 집은 씻고 먹고 잠자기 위한 공간만 있다면 충분했다. 그래서 기존 주택 임대인들은 그저 '공간'만을 대여해 주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사태로 사정이 달라졌다. 심지어 범유행이 종식되어도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다는 곳도 많아졌다. 많은 기업들이 백신이 보급되고 전염병이 사라지더라도 재택근무를 계속 실행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생활의 범위가 점차 식물같이 좁아지게 되는 이른바 인간의 식물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는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하면서 ‘주택(住宅)’이 아니라 ‘주거(住居)’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시작되었다. ‘들어가 살 수 있는 건물’이란 하드웨어보다 ‘머무르는 삶’이란 소프트웨어의 프레임으로 집을 더 넓게 보게 된 것이다. 이제 전통적인 ‘주’ 시장에서도 큰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HX, 코리빙, 남의집프로젝트의 대두
최근 비즈니스에서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경험’이다. 새로운 브랜드경험과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데 이런 조명이 이제 주거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특히 혼자 경험과 비접촉 시대의 치명적인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HX(Home eXperience)’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뉴노멀이 되면서, 집이나 동네에서 자족적인 생활권을 형성할 수 있고 각종 레저 활동이나 외로움, 코로나 블루 등을 극복하기 위한 커뮤니티 일상이 중요해지고 있다. 혼자 살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말이다. 따라서 업계에선 이런 흐름을 발 빠르게 인식하여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리빙(Co-living)’ 트렌드가 있다. 과거엔 하숙집 개념으로 주택 전체를 공유했다면 오늘날은 개인의 삶을 고수하며 공동생활도 할 수 있는 코리빙이 부상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의 방을 작게 임대하고 거실 같은 넓은 공간은 공유하는 개념이다. 패스트파이브가 론칭한 ‘라이프온투게더’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곳은 발렌타인데이 캔들 만들기, 샤뜰리에 미술 클래스 등의 다양한 여가생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또한 입주민 윷놀이 이벤트, 루프탑 와인 파티, 보드게임, 그룹 피트니스 프로그램 등을 갖춤으로써 새로운 HX(House eXperience)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신영의 ‘지웰홈스 왕십리’도 각양각색의 2030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커뮤니티 공간으로 공유오피스와 공유주방, 카페테리아, GX룸, 스터디룸 등을 구성해 HX를 창안하고 있다. 현시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여 개개인의 HX를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영종국제도시 센텀베뉴’의 경우 재택근무에 맞게 개인 오피스 공간을 구비하면서도 스크린골프, GX룸 등 다양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추세이며, ‘서초그랑자이’의 경우 전용 극장을 마련해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브랜딩 했다. 이렇게 전통 건설 업계도 기존의 똑같은 아파트를 보급하는 것에서 탈피해 개성 있는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한 새 주거 공간 구축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열풍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글로벌 에이전트(Global Agents)가 소셜 아파트먼트(Social Apartment)를 공급하고 있다. 약 40개 지역에 다양한 주제로 만들어진 소셜 아파트먼트라는 브랜드하에 외국인 공동체 HX를 제공하는 월드 네이버스(World Neighbors), 영화관 컨셉의 필름즈(Films), 아웃도어 컨셉의 텐트먼트(Tentment) 등 다양한 특화 주제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런던에는 ‘올드오크(Old Oak)’가 있다. 더콜렉티브(The Collective)가 세운 대형 코리빙 하우스로 각자 침실을 제외하고 세탁과 주방 공간 등은 함께 쓴다. 입주자는 품위 있는 도서관에서 독서를, 힙한 주방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며 영화와 게임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올드오크는 입주자끼리 서로 공유하는 공간인 동시에, 개인의 HX를 다양하게 촉진해 주는 집이 된다. 중요한 건 이곳의 입주자는 코로나19로 외출하지 않아도 545명의 룸메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한국의 코오롱글로벌이 만든 ‘트리하우스’, SK D&D의 ‘에피소드’, 뉴욕에선 커먼과 위워크의 ‘위리브’, 후지TV에서 방영된 ‘테라스하우스’에서도 코리빙에 대한 열망이 드러난다.
한편 남의 집에 놀러 가는 비즈니스도 생겼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집 주인의 HX가 담긴 거실을 여행하는 플랫폼이다. 브랜드 슬로건 ‘취향을 만나러 놀러 가는 거실 여행’답게 영어, 독서, 창업 등 여러 테마로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다. 역시 장소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주거 경험을 공유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경험, 도약의 시작
이렇게 집은 바이러스와 여러 시대적 요구로 인해 단순히 잠만 자는 곳에 불과하지 않고, ‘HX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진화되고 있다. 변화된 가치의 ‘주거’를 경험시켜주는 것이 현 트렌드의 방향인 것이다.
주력 소비층이 바뀌고 인식까지 전환되는 변혁의 시대, 기업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진다. 초 경쟁의 환경에서는 백년대계의 원대한 브랜딩 계획만큼 ‘트렌드'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생존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제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를 분석해 다가가는 초 개인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시도하려면 빅데이터에 기반한 데이터 분석력과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경험디자인(XD)과 디자인씽킹(DesignThinking)을 통해 문제를 더 폭넓게 생각하고 고객들에게 더 좋은 경험과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고객 행동과 소비 패턴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면 이 시대에 맞는 주거 경험을 창조해 낼 수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당장의 양적 성과에 집중하게 된다. 당장의 성과가 경영자를 안심시켜준다. 하지만 지속경영을 위해서는 이제 주택을 팔려 하기보다는 집을 둘러싸고 있는 주거 경험과 컨셉, 아우라에 집중해야 한다. 시대에 맞는 것을 공급할 때이다.
흑사병 창궐 이후 르네상스가 태동했듯, 대변환점에 선 지금, 우리의 미래는 또다시 약진할 것이다. ‘어디에서 살까?’, ‘어떤 가구로 채울까?’를 넘어, ‘어떤 사람들과 어떤 활동을 할까?’, ‘어떤 경험을 할까?’라는 新 인류의 물음에 자신감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위디딧 명재영 대표 / www.wedidit.kr
* 본 칼럼은 신용보증기금 경영전문지 월간<신용사회> 2021년 2월호에 실린 특집 칼럼입니다. https://www.kodit.co.kr
세상이 달라졌다.집이 세컨드 오피스이자 피트니스센터가 되었다. 화상회의의 보편화로 ‘직주근접’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또 외출을 못하면서 큰 창문과 테라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단 1년 만에 생긴 변화다.
우리 생활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구의 구조적 변화와 경제, 사회문화 그리고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조금씩 속도를 내며 걷던 것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해 달리는 중이다. 특히 그 변화에 가장 보수적이어야 할 ‘집’마저도 혁명하고 있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衣)·식(食)·주(住). 이 중 ‘의’나 ‘식’의 변화는 가볍고 자주 일어나는 반면 ‘주’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보수적이다. 하지만 최근 1년 동안 일어난 ‘주’의 변화 스피드는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완전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의 관습이나 방식이 뒤집어지는 그야말로 ‘패러다임의 전환’인 것이다.
변화의 조짐
본래 ‘집’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밀레니얼·Z세대의 본격적인 사회 진입과 홈코노미의 등장,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변화로 말이다.
먼저 밀레니얼·Z세대의 ‘혼O’ 문화와 ‘혼자 경험’이다.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M·Z세대는 가장 강력한 소비 파워를 지닌 집단이자 세계적인 트렌드 리더로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등 마켓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이러면서 ‘혼자 경험(Alone experience)’이 대두되었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라오는 #혼밥, #혼술, #혼영 등의 키워드가 ‘혼자 경험’의 전례였다.
그리고 이를 집에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홈족’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외부에서의 불편한 커뮤니케이션 대신, 집 내부에서 편한 단절을 원하는 요즘의 세태가 반영되어 나타난 트렌드다. 1인 홈족이 늘어나며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가 공감을 얻고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워라밸의 중요성 확산과 같은 변화도 ‘주’의 진전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혼자 경험과 홈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홈코노미(Homconomy)’가 등장했다. 그렇다 보니 이를 상대하는 시장은 뜻밖의 활황을 맞았다. 홈트레이닝, 홈카페, 홈술, 홈시네마 등의 활동 중심의 비즈니스와 의류관리기, 와인 냉장고, 안마의자 등의 세컨드 가전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 ‘주택’에서 ‘주거’로
이런 와중에 팬데믹이 우리 세계를 덮쳤다. 일명 ‘브이노믹스(V-nomics)’가 업종을 막론하고 핵심 문제로 급 부상한 것이다. 특히 사회적거리두기는 그 어떤 산업보다 주거 트렌드 변화에 큰 점화가 되었다. 전부터 흘렀던 경향의 방향은 그대로지만 속력에 추진력을 얻은 것이다.
과거의 집은 씻고 먹고 잠자기 위한 공간만 있다면 충분했다. 그래서 기존 주택 임대인들은 그저 '공간'만을 대여해 주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사태로 사정이 달라졌다. 심지어 범유행이 종식되어도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다는 곳도 많아졌다. 많은 기업들이 백신이 보급되고 전염병이 사라지더라도 재택근무를 계속 실행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생활의 범위가 점차 식물같이 좁아지게 되는 이른바 인간의 식물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는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하면서 ‘주택(住宅)’이 아니라 ‘주거(住居)’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시작되었다. ‘들어가 살 수 있는 건물’이란 하드웨어보다 ‘머무르는 삶’이란 소프트웨어의 프레임으로 집을 더 넓게 보게 된 것이다. 이제 전통적인 ‘주’ 시장에서도 큰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HX, 코리빙, 남의집프로젝트의 대두
최근 비즈니스에서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경험’이다. 새로운 브랜드경험과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데 이런 조명이 이제 주거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특히 혼자 경험과 비접촉 시대의 치명적인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HX(Home eXperience)’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뉴노멀이 되면서, 집이나 동네에서 자족적인 생활권을 형성할 수 있고 각종 레저 활동이나 외로움, 코로나 블루 등을 극복하기 위한 커뮤니티 일상이 중요해지고 있다. 혼자 살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말이다. 따라서 업계에선 이런 흐름을 발 빠르게 인식하여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리빙(Co-living)’ 트렌드가 있다. 과거엔 하숙집 개념으로 주택 전체를 공유했다면 오늘날은 개인의 삶을 고수하며 공동생활도 할 수 있는 코리빙이 부상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의 방을 작게 임대하고 거실 같은 넓은 공간은 공유하는 개념이다. 패스트파이브가 론칭한 ‘라이프온투게더’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곳은 발렌타인데이 캔들 만들기, 샤뜰리에 미술 클래스 등의 다양한 여가생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또한 입주민 윷놀이 이벤트, 루프탑 와인 파티, 보드게임, 그룹 피트니스 프로그램 등을 갖춤으로써 새로운 HX(House eXperience)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신영의 ‘지웰홈스 왕십리’도 각양각색의 2030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커뮤니티 공간으로 공유오피스와 공유주방, 카페테리아, GX룸, 스터디룸 등을 구성해 HX를 창안하고 있다. 현시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여 개개인의 HX를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영종국제도시 센텀베뉴’의 경우 재택근무에 맞게 개인 오피스 공간을 구비하면서도 스크린골프, GX룸 등 다양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추세이며, ‘서초그랑자이’의 경우 전용 극장을 마련해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브랜딩 했다. 이렇게 전통 건설 업계도 기존의 똑같은 아파트를 보급하는 것에서 탈피해 개성 있는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한 새 주거 공간 구축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열풍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글로벌 에이전트(Global Agents)가 소셜 아파트먼트(Social Apartment)를 공급하고 있다. 약 40개 지역에 다양한 주제로 만들어진 소셜 아파트먼트라는 브랜드하에 외국인 공동체 HX를 제공하는 월드 네이버스(World Neighbors), 영화관 컨셉의 필름즈(Films), 아웃도어 컨셉의 텐트먼트(Tentment) 등 다양한 특화 주제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런던에는 ‘올드오크(Old Oak)’가 있다. 더콜렉티브(The Collective)가 세운 대형 코리빙 하우스로 각자 침실을 제외하고 세탁과 주방 공간 등은 함께 쓴다. 입주자는 품위 있는 도서관에서 독서를, 힙한 주방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며 영화와 게임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올드오크는 입주자끼리 서로 공유하는 공간인 동시에, 개인의 HX를 다양하게 촉진해 주는 집이 된다. 중요한 건 이곳의 입주자는 코로나19로 외출하지 않아도 545명의 룸메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한국의 코오롱글로벌이 만든 ‘트리하우스’, SK D&D의 ‘에피소드’, 뉴욕에선 커먼과 위워크의 ‘위리브’, 후지TV에서 방영된 ‘테라스하우스’에서도 코리빙에 대한 열망이 드러난다.
한편 남의 집에 놀러 가는 비즈니스도 생겼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집 주인의 HX가 담긴 거실을 여행하는 플랫폼이다. 브랜드 슬로건 ‘취향을 만나러 놀러 가는 거실 여행’답게 영어, 독서, 창업 등 여러 테마로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다. 역시 장소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주거 경험을 공유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경험, 도약의 시작
이렇게 집은 바이러스와 여러 시대적 요구로 인해 단순히 잠만 자는 곳에 불과하지 않고, ‘HX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진화되고 있다. 변화된 가치의 ‘주거’를 경험시켜주는 것이 현 트렌드의 방향인 것이다.
주력 소비층이 바뀌고 인식까지 전환되는 변혁의 시대, 기업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진다. 초 경쟁의 환경에서는 백년대계의 원대한 브랜딩 계획만큼 ‘트렌드'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생존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제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를 분석해 다가가는 초 개인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시도하려면 빅데이터에 기반한 데이터 분석력과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경험디자인(XD)과 디자인씽킹(DesignThinking)을 통해 문제를 더 폭넓게 생각하고 고객들에게 더 좋은 경험과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고객 행동과 소비 패턴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면 이 시대에 맞는 주거 경험을 창조해 낼 수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당장의 양적 성과에 집중하게 된다. 당장의 성과가 경영자를 안심시켜준다. 하지만 지속경영을 위해서는 이제 주택을 팔려 하기보다는 집을 둘러싸고 있는 주거 경험과 컨셉, 아우라에 집중해야 한다. 시대에 맞는 것을 공급할 때이다.
흑사병 창궐 이후 르네상스가 태동했듯, 대변환점에 선 지금, 우리의 미래는 또다시 약진할 것이다. ‘어디에서 살까?’, ‘어떤 가구로 채울까?’를 넘어, ‘어떤 사람들과 어떤 활동을 할까?’, ‘어떤 경험을 할까?’라는 新 인류의 물음에 자신감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위디딧 명재영 대표 / www.wedidit.kr
* 본 칼럼은 신용보증기금 경영전문지 월간<신용사회> 2021년 2월호에 실린 특집 칼럼입니다. https://www.kod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