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자산이 주식 가격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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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는 정말 많은 일을 한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실시간 뇌 모니터링은 할 수 없다. 의식이 모든 걸 관찰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뇌가 아는 것과 우리가 의식적으로 아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의 신경학자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에 의해 대중화된 ‘무의식(無意識)’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자각하지 못하는 뇌의 활동이며 정신작용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 없이 발생하지만 많은 영향을 주는 정보 처리 과정을 ‘무의식적 정보 처리 과정(Nonconscious Information processing)’이라고 한다.


이 정보 처리 과정은 생존에 꼭 필요하다. 의식 차원에서 감당이 안 되는 수많은 외부 자극들을 매우 효율적으로 해결해 준다. 그리고 정보 과부하를 줄여준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오류나 편향에 빠졌는지 체크해주지 못한다. 경제적 선택과 같은 합리적 사고가 필요할 경우에도 말이다.


주식투자에 있어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엘터와 오펜하이머(Alter, Oppenheimer)는 브랜드 이름이 실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이름만 보고서 주식을 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과연 어떤 투자자가 제정신으로 이름에만 기초하여 투자를 할까?


하지만 정말로 그랬다. 발음이 쉬운 이름의 브랜드가 그렇지 않은 브랜드보다 투자 실적이 좋았다. 엘터와 오펜하이머는 1990년부터 2004년까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거래를 시작한 89개 회사를 무작위로 선택해 연구했다. 그리고 실제로 소리내기 쉬운 브랜드명은 과대평가하고, 소리내기 어려운 브랜드명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로 쉽게 발음되는 사명 이름을 가진 브랜드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사명을 가진 브랜드들보다 상장 첫날, 주가가 11.2퍼센트 높은 것을 발견했다. 6개월 후 그 차이는 27퍼센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1년 후에는 그 차이가 33퍼센트를 넘었다. 믿기지 않지만 정말이었다.


미국증권거래소(NYSE)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주식시세 코드는 알파벳 3개로 구성이 되는데, 코드를 발음하기 쉬운 회사(KAR)가 발음하기 어려운 회사(RDO)보다 월등히 높은 결과를 내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의 무의식 정보처리 과정은 발음하기 쉬운 브랜드 이름들을 ‘친숙’과 연결했다. 반면 발음하기 어려운 브랜드 이름들을 ‘생소함’과 연결했다. ‘친숙’은 ‘안전’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생소함’은 ‘위험’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실제로 미국의 로펌 10곳에서 변호사 500명의 이름을 분석한 결과, 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직급이 낮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효과는 이름의 이국적 특성과는 별개로 적용됐다. 발음하기 힘든 외국 이름을 가진 사람은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외국 이름을 가진 사람보다 열등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무언가를 인지적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을 때 쾌감을 느낀다. 그래서 뇌는 무의식적으로 쉬운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무의식 편향, 쉬운 말로 마음의 지름길인 ‘휴리스틱’이 작동한 것이다. 우리가 쇼핑에서 수많은 통조림 참치 중,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냥 동원참치를 고르는 것과 같다. 낯설고, 알지 못하는 상황은 무의식에 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정보 처리 과정 현상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탈에 따라 주가가 합리적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나왔다. 어쨌든 이 연구 결과가 말해주는 메시지는 간단했다.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금융투자자들마저도 브랜드 이름으로 인한 "편향(bias)"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착각한다. 스스로를 합리적이며 의식적이라고. 하지만 착오다. 뇌 연구에 의하면 모든 결정의 70~80%는 무의식적으로 내려진다. 나머지 20~30%도 그렇게 의식적인 결정이 아니다. 외부 정보의 극소수만이 우리 의식에 도달하며 중요한 결정 대부분이 무의식적이며 감정적이다. 심지어 합리적으로 보이는 대뇌조차 그렇다.


이는 뇌가 파충류의 뇌 형태로 거의 똑같이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실제로 뇌의 하부 영역에 있는 오래된 뇌줄기와 중뇌의 동기·감정 시스템이 가장 단순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무언가 의식이 되려면 뇌의 오래된 부분부터 활성화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바로 파충류의 뇌이다.


사람들의 판단, 의사결정과 행동은 대부분 무의식 시스템이 관여한다. 자신 내부에 있는 파충류가 제공하는 답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무의식적인 자동 시스템은 다양한 ‘지각(知覺, Perception)’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브랜드는 자신이 가져야 할 다양한 무의식 지각 자산을 매우 정교히, 심도 있게, 또 그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며 디자인하여야 한다.


브랜드경험(BX)같은 무의식 디자인에 대한 올바르며 윤리적인 적용이 된다면, 언택트와 브이노믹스라는 새로운 시대에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점을 넓히자. 도약을 위해 고객의 무의식을 활용한 진보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작성자: 위디딧 명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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